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 증가율 전망치가 1.9%로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4.6%에서 절반 이하로 낮아진 수치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수십 년간 제조업을 지탱해 온 공급망 전략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전환: JIT의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JIT(Just-In-Time)란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시점에만 조달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생산 방식입니다. 1970년대 도요타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따라잡기 위해 고안한 전략으로, 이후 글로벌 제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쉽게 말해 창고를 비워두고 필요할 때 딱 맞게 가져다 쓰는 방식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방식이 당연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고가 쌓이면 비용이 늘고, 재고가 없으면 현금 흐름이 살아난다는 논리는 직관적으로 맞아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 실제로 IT 제품 출시가 줄줄이 지연되고, 사려고 했던 부품 가격이 갑자기 두 배가 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JIT가 작동하려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운송 일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한 공급처가 막히면 다른 곳을 금방 찾을 수 있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받쳐주는 안정적인 무역 규범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흔들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까지. JIT의 전제 조건들이 하나씩 무너진 것입니다.
JIT의 창시자인 도요타조차 이제는 방향을 틀었습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부품 조달에 큰 타격을 입은 뒤, 현재는 필수 부품 목록을 1,500개 이상 확보하고 반도체 칩은 수개월치를 비축해 두고 있습니다. 원조가 먼저 손을 든 셈입니다.
재고 전략의 변화: JIC가 부상하는 이유
JIC(Just-In-Case)란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재고를 여유 있게 쌓아두는 전략입니다. JIT와 정반대의 개념으로, 효율보다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둡니다. 부품 하나가 끊기면 공장 전체 라인을 세워야 하는 상황을 막는 데 핵심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고를 많이 보유할수록 우량 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급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재고가 곧 방어력입니다. 실제로 JIT 전략을 고집하던 기업들의 피해 사례를 보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JIC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우디 아람코와 미국 다우의 합작사는 원자재 확보 실패로 공장을 무기한 폐쇄했습니다.
- 일본 과자 제조사 야마요시세이카는 감자칩 생산에 필요한 식용유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 글로벌 상품 무역 증가율은 지난해 4.6%에서 올해 1.9%로 급감할 전망입니다(출처: 세계무역기구(WTO)).
이 사례들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JIC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재고를 늘리는 것 자체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재고를 쌓으려면 물류비와 금융 비용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리스크 헷징(hedging), 즉 특정 리스크를 분산시켜 손실을 줄이는 전략 차원에서 JIC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조건 재고를 늘리는 게 아니라, 산업별·기업 규모별로 어느 정도 완충 재고를 유지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균형 전략이 더 중요합니다.
물가 영향과 탈모 건보 논란: 리스크 관리 비용은 결국 누가 치르나
JIC 전략의 확산이 걱정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물가 압력입니다. 재고를 늘리면 물류비가 오르고, 이를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인 금융 비용도 함께 올라갑니다. 기업의 생산 원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됩니다.
OECD는 올해 G20 국가들의 물가 상승률 평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4.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는 중동에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인데, JIC가 글로벌 트렌드로 정착될 경우 생산비 증가가 수년에 걸쳐 소비자물가에 누적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inflation), 즉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통제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볼 만한 주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안드로겐성 탈모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안드로겐성 탈모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모낭이 축소되면서 발생하는 탈모로, 흔히 M자형 탈모가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는 원형 탈모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안드로겐성 탈모는 미용 목적으로 분류되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번 급여화가 현실화되면 연간 약 1,5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이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자체는 이해합니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우선순위라고 느꼈습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어디에 먼저 쓸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독감에 걸려 수액 하나 맞으면 비급여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긴급성이 낮은 탈모 치료부터 확대하는 것이 형평성 측면에서 맞는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급여 범위와 본인 부담률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아직 열려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JIC 전략이든 건강보험 확대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비용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치러집니다. 기업이 재고를 늘리는 비용은 소비자에게, 건강보험 재정 확대는 보험료 납부자 전체에게 분산됩니다. 이 구조를 인지하고 뉴스를 보면 각각의 정책이 실제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가 요즘 뉴스를 볼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개별 사건 하나보다 그 배경의 구조를 먼저 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JIT에서 JIC로의 흐름, 유가와 환율의 연결 고리, 재정 정책의 우선순위. 이 흐름을 이해하면 투자 판단이든 소비 결정이든 좀 더 근거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거시 변수들이 내 지갑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감한 이후로, 경제 뉴스를 그냥 넘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